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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뜰> 농장일기

농장일기입니다.

2011. 9. 4 김종옥의 손, 그리고 일 년이 지나 1

자연의뜰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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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28일 지리산닷컴에 올라 온 김종옥에 관한 글입니다.



<'김종옥의 손'을 팝니다>는 제목의 글을 지난 2010년 11월 1일에 이곳에 올렸다.
우리끼리 작명하기로는 일명 ‘서리 감 파동’.
그때 칠백육십 분이 김종옥의 손을 잡아 주셨다. 지리산닷컴 사이트 규모로 보자면 비현실적인 숫자였다.
감동적이었다. 세월이 흘러도 ‘그 사건’은 분명히 ‘우리끼리 전설’로 회자될 일이었다.
지난 7월 9일 ‘Bread & Noodle 그리고 이야기’ 오프라인 모임 때 김종옥·서순덕 부부가 참석해서
지리산닷컴 식구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했었다. 그날 약간 정신이 없었던 관계로 ‘진짜 김종옥 손 잡기’
순서를 깜박했다. 재미있었을 것인데 아깝다.

시간은 역시 흘러갔다. 위기의 순간은 지나갔고 다시 기회의 날이 임박했다.
초여름을 지나면서부터 형(김종옥)은 금년 농사에 대해, ‘이렇게 잘 된 경우가 없었다’는 표현을 자주했다.
재미 삼아 심어 본 머루가 너무 잘 되어서 사진 찍어 달라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지만 나는 결국
형의 머루를 촬영하지는 못했다. 추석이 임박하면서부터 새로이 제작해야 하는 박스에 대한 부탁을
여러 번 하셨다. 박스 안에 동봉할 인쇄물까지를 말씀하시니 카메라를 챙겨 들 수밖에 없다.
단순히 제품 소개 찌라시 말고 짧아도 뭔가 이야기가 있는 종이쪼가리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2011년 9월 4일. 김종옥의 농장을 찾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하늘은 흐렸다.
추석을 목전에 두고 주요한 거래처에서 샘플 감을 요구한 모양이다. 몇 박스 작업을 할 모양이다.
이른 추석 탓에 감을 출하하는 것은 힘들었다. 익지 않은 물건을 내어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색깔이 좀 나온 감들을 따고 있었다. 대봉이 아닌 부유·태추·조추 품종은 당도가 올라오지 않아도
맛은 볼 수 있었다. 사이즈와 당도는 9월말부터 집중적으로 키워진다.
종옥이 형님이 시기별 성장에 관한 서류를 보여주면서 설명을 했다.

“이거이 9월 6일경에 60mm 정도 나오면 10월 중순 무렵에는 80mm 이상 나오거든.
그런데 오늘이 9월 4일인데 큰놈은 다마가 64mm가 넘어.”(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김종옥·서순덕 부부의 농장은 두 군데로 나뉘어 있다. 역시 우리끼리 ‘구리실 농장’이라 부르는 곳과
‘학교 밑에 농장’이 그것이다. 이 날은 ‘학교 밑에 농장’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곳은 주변이 논이라
평지이고 하루 종일 일조량이 균등하다. ‘구리실 농장’은 완만한 골짜기 지형을 하고 있어 ‘학교 밑에 농장’ 보다
성장 속도가 조금 늦다.
도착했을 때는 작업은 거의 끝이 날 무렵이었다. 하늘도 팍 퍼진 구름 상태라 사진이 어두웠다.
아무래도 한 번은 더 와야 할 듯했다. 감 박스에 소용될 사진이 필요했는데 어쩌면 감 박스에 꼭 감이
들어갈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키 낮은 감나무 밭 사이로 ‘에스에스 기’는 요리조리 잘도 빠져 나가며 감 박스를 실어 옮겼다.
부부는 수천 그루의 나무 하나 하나를 모두 기억하고 알고 있었다.

“저 짝 다무락 뽀짝 부유 중에 색깔 많이 난 것 있는데.”
“그거 내가 땄어.”

번지와 이름표도 없는데 이런 식의 대화만으로 부부는 작업할 나무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다.


생계를 위한 노동과 운동 삼아 짓는 텃밭농사는 다르다.
시골 사람들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 살면서 노인이 되어서도 몸을 꼼지락 거리니 도시 사람들보다
훨씬 건강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얼마 전 뉴스를 보니 결과는 정반대다.
기자 역시 ‘의외로’ 라는 표현을 했지만 뭔 얼어 죽을 의외란 말인가?
‘몸이 녹아 난다’는 표현을 실감한다. 몇몇 농부들과 엄니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경외감을 뛰어 넘어
화가 난다. 돈이 없어 몸을 쓰고 그것이 습관이 되었다. 몸으로 번 돈이라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힘들다.
며칠 전 옥산식당에서 혼자 오신 아주머니 한 분이 물었다.

“요즘은 짬뽕 한 그릇에 얼마요?”

 


농사라는 것은 그렇게 온 몸을 던져 마지막 순간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지난한 노동이지만
2010년 10월 26일과 27일의 이른 서리는 그 모든 과정을 단 한 번에 허물어 버렸다.
김종옥은 작년의 그 난리를 겪고 밥상 앞에서 말했다.

“산이 동생, 내 복이 딱 이 소주 잔 만큼이다.”

그는 그 즈음에 고생은 이제 끝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몸이 농사를 짓고 마음이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 부부는 잠시 '나쁜 생각'도 했었다.

형수는 지난봄에 구리실 농장으로 구경 오라고 했다.
감나무를 전부 박피 했는데 보기에 너무 예쁘다는 것이었다.
한두 그루도 아닌 농장의 모든 나무를 박피하는 일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의 ‘청소’를 생각했다. 뭔가 환기가 필요할 때 나는 청소를 한다.
또는 그런 날은 텃밭 일을 하거나 여튼 뭔가 몸을 굴릴 일을 찾는다.
나의 사소한 ‘정화 행위’와 전혀 차원이 다르지만 김종옥·서순덕 부부는 감나무 껍질을
벗기면서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김종옥은 다시 감 농사를 짓는다.
그렇게 할 수밖에 다른 무슨 수가 있겠는가. 일상으로 그의 인상은 비교적 평온하고
약간 나른한 듯 한 얼굴이지만 일을 할 때 그는 다른 사람이 된다.
모든 영역의 일이 그렇지만 특히 농사는 제가 키우는 작물이 예뻐 보이는 사람들의
결과물이 좋아 보였다. 그냥 뿌린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항상 나무의 상태를 살피고
그 나무의 지난 시간을 모두 기억한다.
 

우리에게 영화 '마농의 샘'으로 알려진 Jean de Florette.
영화의 한 장면을 보면 샘을 차지한 세자르와 위골랭의 의식이 진행된다.
‘그대를 꽃의 제왕으로 명명하노라.’
그 머리에 쓴 것이 감관이욘?

 


사진을 한 장 찍어 달라고 하신다.
일종의 돌연변이로 생겨 난 새로운 종의 감이다. 육종연구소에 품종에 관한 의견과
재배 여부에 관한 결과를 의뢰해 둔 상태라고 한다. 퇴비용 소똥에서 생겨 난 놈인데
모양이 대봉과 단감의 중간 정도 된다. 간혹 그에게서 나무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다. 내 입장에서 그의 지식은 신기하고 재미난 그 무엇이다.
내년에 토종종자와 관련한 일을 시작하면 그에게 물어 볼 것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의 감을 보지 않고 역시 그의 손을 보고 있었다.

 

 

구례에 살면서부터 태추라는 감을 알게 되었고 나는 그 감을 좋아한다.
당도는 좀 떨어지지만 수분이 많아서 배와 같은 느낌이 나는 시원한 감이다.
지나치게 당도가 높은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나는 항상 ‘태추 주세요’ 라고
깡패 짓을 한다. 추석 무렵에 본가로 내려가기 전에 제사용 감을 좀 얻었다.
이른 추석에 귀한 감이다. 비가 오는데 아침부터 몇 개를 딴 모양이다.
추석 지나고 돌아와서 같이 능이버섯을 따러 가자는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막상 날이 뜨거워 버섯 행은 무산되었다.



ng37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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