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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뜰> 농장일기

농장일기입니다.

2010. 11. 1 '김종옥의 손'을 팝니다

자연의뜰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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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닷컴에 기록되어 있는 농부 김종옥에 관한 글입니다.

2010년 11월 1일 상황이니 과거 이야기지만 김종옥의 이력과 그의 농사 이야기를

알 수 있는 조각들이라 몇 편 옮겨 둡니다.



감 농사만 짓는 이른바 감 전업농 김종옥.
1958년 生이니 이른바 오팔년 개띠, 쉰셋이다.
나와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이웃이자 요가반의 동무이자
나에게 처음으로 꿩만두를 맛보게 해 준 형님이자 여러가지로...

한 사람에 대해서 여러가지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나에게 있어
김종옥은 '김종옥의 손'이다.
김종옥의 손을 본 사람들은, 그의 이력을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의 손을 두고 '농부의 손'이라는 전형성을 부여한다.
그만큼 그의 손은 크고 거칠고 무엇보다 듬직하다.
그의 손이 흙이고 그의 손이 땅이다. 나는 언젠가 그를 인터뷰하게 되면
그의 손을 이곳 대문에 올릴 것이라고 구상하곤 했다.
그러나 나는 종옥이 형을 촬영하지 않았다.

 


유기농업기능사(자격번호 : 07404150211G)
그는 이른바 탑프루트다. 그게 뭔가?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하는 탑프루트 프로젝트에 의해 생산된 사과, 배, 포도,
감귤, 단감을 크기, 당도, 색도, 안전성 등 최고품질 기준에 의해 선별한
과실을 말한다, 전국에서 단감은 23개소 193농가가 참여중이다.
한 마디로 감 농사 잘 짓는, 최상품의 감을 키우고 판매하는 농부란 소리다.
작년 가을 이맘때 그의 감포장 박스는 위와 같았다. 특상품 중심의 제품이라
그의 감은 비싼편이었다. 그가 세운 계획에 의하면 2010년에 그가 생산할
감의 가격은 아래와 같았다.

1. 선물용 탑프루트 단감
5kg(20과 이내) - 30,000원
10kg(40과 이내) - 52,000원

2. 김종옥 구례 드림단감
5kg(27과 이내) - 19,000원      
5kg(23과 이내) - 22,000원
10kg(50과 이내) - 31,000원
10kg(45과 이내) - 33,000원
10kg(40과 이내) - 36,000원

그러나 이제 김종옥에게 위와 같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감은
10%정도만 남았다. 벌써 다 판매했단 말인가?

 


10월 26일과 27일 이틀 동안 첫 서리가 내렸다.
10월 27일 오전에 나는 지리산 뱀사골 단풍과 낙엽 속을 걷고 있었다.
서리가 내린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다른 정보는 없었다. 한 농부의 전화를 받았다.
'아시겠지만...'으로 시작한 통화는 서리로 인해 구례 감농가는 거의 모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소식이었다. 언론사에 알려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다음 날인 목요일이 되어서야 운전 중에 느닷없이 말라버린 마을의 감나무 잎을 보았다.
'어?' 나의 반응은 이랬다. 농사를 모르니까.
'감나무 잎이 왜 저래? 서리 피해라는 것이 저런 것인가?'

 


2010년 10월 30일. 당촌마을 입구에 있는 김종옥의 저온저장고를 찾았다.
그는 감에 목숨을 건 사람이고 사업으로서 감 농사를 제대로 하려는 사람이다.
그의 감 농사는 구례로서는 규모가 큰 편이다.
예정대로라면 그의 수확은 이 글이 나가는 화요일(11월 2일) 경이다.
아침에 통화했을 때 그의 '구리실농장'이 아닌 저온저장고에서 작업 중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선별장을 겸하고 있었다. 처음 방문이다.

감은 이미 수확하고 있었고 선별기는 작동 중이었다.
사이즈와 무게 별로 자동 선별하고 사람이 2차로 선별한다.
오전 햇살에 빛나는 그의 감은 그냥 봐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뭐 심각한 일이라고 사람을 부르고...'
실내에서 몇 분 아주머니들이 작업 중이고 밖으로 트럭이 분주해 보였다.

 


김종옥의 감을 자세히 보면 부분적으로 얼었다.
첫 서리는 -2.5C 이하에서 3시간 이상 지속되었다.
감은 -2.2C 이하에서 얼기 시작한다고 한다.
1주일 동안 서리는 세 번 내렸다. 첫 서리에 감잎이 죽었다.
열매를 보호할 잎이 사라지고 열매는 맨몸으로 서리와 추위를 맞이한다.
이렇게 된 감은 제품으로 출하할 수 없다. 먹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이를테면 제품에
하자가 생긴 것이다. 무엇보다 공판장에서 이런 감을 받아주지 않는다.
공판장에서 받아 주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농민의 대부분은 직거래 통로가 없다.
결국 팔 수 없다.

 


형수님에게 상태가 심한 놈을 하나 잘라달라고 했다.
모양이 이렇다. 과육이 상했다. 언 부분은 퍽퍽하다. 얼지 않은 부분의 맛은 이상없다.
이런 정도의 감은 언 부분은 잘라내고 감말랭이라도 만들거나 버려야 한다.
이 상태로 나무에 매달린 감들은, 단감은 물러지고 대봉은 홍시가 안된다.
한 마디로 2010년 감 농사는 게임 끝.

 


작업장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라디오에서는 밝은 분위기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라디오를 켜고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본 것이 언제였지?
이전에는 라디오를 제법 들었는데 요즘은 들을 일이 없다.
많이 상한 단감은 이미 감말랭이용으로 처리되고 있었다.
지금은 감말랭이용 감을 선별하고 작업할 시기가 아니다.
그것은 11월 중순부터 시작하면 충분하다. 팔리지 않을 것 같은 감을 골라서,
궁여지책으로 조금이라도 더 '돈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 감랭이다.
지금은 겨울밤 군것질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금년에도 잘 지은 농사 팔 만큼 팔고, 충분하진 않아도 허망하지 않은 가격으로 팔고,
좋은 기분에 형님 집에서 꿩만두국이나 끓여 먹고 군것질로 몇 점 씹어 보는 것이 감랭이다.
작년에는 그랬었다. 밝은 작업장 분위기 사이로 촘촘하게 공허함이 날아다닌다.

 


그의 '구리실농장'으로 이동했다.
두어 번 찾았었지만 나는 그의 농장과 그를 촬영하지 않았다.
미루기도 했고 때가 되면 할 것이란 염두도 있었다.
어쩌면 같은 마을에 살고 있다는 것이 핸디캡이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깊숙하게 숨겨 둔 이유는 그가 '무농약 농부'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지리산닷컴이 '무농약 농산물'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그런 원칙에 대해서 K형과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다.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래도 가급이면 유기농 또는
무농약 농사를 짓는 농부들과 농산물을 소개하는 것이 바른 지향점이라는 생각은 있다.
우리의 궁극적인 관점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기반으로 유기농을 지향하고 직거래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야 기존 시장에 맞설 수 있다.
종옥이 형은 지리산닷컴의 이런 지향점에 두 가지 정도의 불일치점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잘 나가는 농부'였다. 그러나 서리가 내렸고 나는 허망한 color가 도드라지는
김종옥의 농장 입구에서 멍하게 카메라를 들고 서 있다.

감나무 잎도 단풍이 진다.
그러나 구리실농장의 감나무 잎에 단풍이 질 가능성은 2010년에는 제로다.
언 감나무 잎은 추위가 수분을 뺏어가고 바싹 마른 잎이 된다.
그것으로 잎의 생명과 기능은 끝이다. 잎은 꽃이나 열매를 보호하고 광합성
활동으로 영양분을 공급한다. 앞으로 2주일 정도는 더 그 역할을 했어야 했다.
초라해진 잎은 열매를 돋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그 열매도 성장과 달콤한 맛을
마지막으로 키워가야 할 제 본성을 상실했다.

 


농장 입구에는 열매를 담을 박스가 즐비하다.
수확해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이 상태로 계속 열매를 달고 있는다면
나무를 더 망치게 된다. 가능하면 빠른 시간에 열매를 수확해야 한다.

 

지난해 첫 서리는 11월4일 내렸다. 어느 정도는 피해를 감수했지만
대부분 수확을 마친 후여서 큰 피해는 없었다. 작년과 비교하면 올 해 첫 서리는
10일 정도 빨리 찾아왔다. 더구나 다른 첫 서리보다 기온이 낮았다.
'그러면 예상하고 미리 따면 되지 않나요?'
서리가 내린 시점에서부터 2주일 정도가 제품의 등급을 결정할 '결정적인 때'에
해당하는 시기였다. 농부는 자신의 노력의 댓가를 가능하면 최상의 상태에서
열매맺기를 원한다. 당연한 것 아닌가? 그리고 무엇보다 금년에는 개화 시기가
늦어지면서 성장도 예년보다 늦었고 수확시기도 늦어졌다.
그래서 피해는 더 심각해졌다.

 


감 농사만 19년을 했다. 시련도 많았고 기쁨도 많았다.
연령으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그의 이번 피해는 고통이 심할 것이다.

"요거이 이래뵈도 상품으로 쓸 것 한나 없다."

구리실농장 4,250평, 수월리농장 2,850평. 대략 7,000평 감 농사다.
그는 출하일은 11월 2~4일 사이로 예정하고 있었다.

 

"재해보험은?"
"..."
"왜 안들었소?"
"하루 차이로..."

그는 금년에 해마다 들었던 재해보험을 들지 않았다.
일한다고 정신이 없어 서류를 챙겨 갔을 때는 하루 전에 마감한 다음이었다.
이 대목에서 그를 연민할 마음은 없다. 농사 하루 이틀 지은 사람도 아니고
그의 실책이다.

 


구례 전체가 피해 농가이기 때문에 재해보험 적용 여부는 당분간 관심의 촛점이 될 것이다.
재해보험을 들어도 잎 피해는 약관상 보상대상이 아니다.
보험의 목적을 과실에 두고 있기 때문에 과실에 대한 직접 피해는 보상이 되지만 서리 맞은
잎이 떨어져 과실에 피해가 가더라도 보상할 근거가 없다.
절묘하지 않나.

"형님, 그대로 나가지 않을테니... 작년 매출액이 얼마였소?"
"1억 2천만 원 정도."
"이 상태의 금년 예상 매출액은?"
"2~3천만 원."
"그렇게 되면 이윤은 얼마요?"
"이윤? ㅎㅎㅎ"

초여름부터 감 속아내는데 지출한 노임이 800만원 정도.
이제 이 감을 따야하니 다시 1천만 원 정도 노임이 지출될 것이다.
비료, 거름, 농약 기타 등등하면 3천만 원 이상의 생산비용이 들어간다.
박스값은 별돈데 2~3천만 원. 이건 2~3년 정도 소비해야하니 별도로 산수를 뽑고.

"작년에는 몇 톤 정도 생산했습니까?"
"70톤."
"금년에는 이 상태로 예상하면?"
"50톤 정도."
"낙과한 것도 아닌데?"
"시방 사이즈를 키워야 할 때 멈춰부렀으니 부피하고 무게가 줄지. 당연히."
"그러면 이 상태로 수확해서 저온저장고로 들어가면 보관은 어느 정도 가능해요?"
"한 달 넘기기 힘들어."
"형님... 바보같은 질문인데... 어떻게 팔꺼요?"
"방법이 없제. 그나마 살아 남은 놈은 돈을 만들고, 감말랭이로 최대한 건지고,
대봉은... 홍시가 몰러... 이 상태로..."



김종옥의 농장을 나와서 나는 점심 무렵까지 구례의 감농장들을 돌아다녔다.
문척에서 재해보험에 가입한 농부들이 피해조사를 다니고 있었다.
같이 점심을 먹었다. 모두 얼굴이 밝았다.

"어느 정도 피햅니까?"
"백 푸로. ㅎ"
"웃음이 나와요?"
"어쩝니까. 하늘이 하는 일인데. 농사 짓는게 그 참..."

모두 감 전업농이다. 서류상의 감 농사 농가가 구례에만 700가구다.
현재로서는 군 차원에서 보상 계획은 없다. 보상을 받으려면 재해지역
선포를 받아야는데, 폭설도 폭우도 태풍도 아니다. 조용히 말아 먹었다.
오후에는 지역 국회의원이 방문한다고 했다. 화요일에는 군수 면담이
잡혀 있다고 한다. 그 만남의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초긴축재정이 최근
지방정부 상황이다. 4대강 사업으로 예산이 우선 투입된다고 한다.

"어쩔겁니까?"
"일단 내년 감 농사 지으려면 수확해야지요. 다음 주부터 공공근로
인력 투입해 준다네요."
"수확한 다음에는요?"
"뭐..."

답답했다. 구례만 700농가다. 이들의 감을 유통시킬 방법은 나에겐 도저히 없다.

감을 팔지 않습니다.
김종옥의 손을 팝니다.
김종옥의 손은 그가 살아 온 길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김종옥의 손에 투자하십시요. 투자금액은 14,000원입니다.
그의 손이 내년에도 다시 감 나무를 전지하고 열매를 쓰다듬을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힘으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한 농부의 손을 보살피는 일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감이라면 두번째는 아닌 농부의 감입니다.

 

 

 

ng37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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